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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 100명 중 2~3명은 정상 출산 후에도 고환이 제자리에 없는 상태로 태어납니다. 영유아검진에서 "잠복고환이 의심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낯선 병명에 당황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막막했던 그 감각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잠복고환, 어떻게 발견되는 걸까요
잠복고환(cryptorchidism)이란, 음낭 안에서 고환이 만져지지 않는 상태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잠복고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미하강고환으로, 태아 시절 복강 위쪽에 위치하던 고환이 끝내 음낭까지 내려오지 못한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활주고환으로, 한 번 내려온 고환이 고환올림근(cremaster muscle)의 수축으로 인해 다시 위로 올라가버린 경우를 말합니다.
제 아이의 경우는 영유아검진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신체를 살펴보다가 "한번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 짧은 한마디가 이후 수개월의 고민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 검진 과정입니다. 14개월부터 6세 미만까지 총 8회에 걸쳐 진행되는 영유아 건강검진(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생식기 검진이 필수 항목이 아니다 보니, 담당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쉽습니다.
또 주의해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퇴축고환(retractile testis)입니다. 퇴축고환이란 평상시에는 음낭 안에 정상적으로 위치하지만, 아이가 울거나 긴장할 때 일시적으로 위로 올라갔다가 이내 다시 내려오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경우는 치료 대상이 아닌 정상 범주에 해당합니다. 병원에 가면 아이가 긴장해서 고환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진 자체가 꽤 까다롭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아이를 울리지 않고 따뜻한 환경에서 느긋하게 검진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진단시기, 언제까지 기다려도 될까요
잠복고환 진단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아마 이것일 겁니다. "기다리면 내려오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처음 찾아간 대학병원에서는 6개월간 추적 관찰을 권유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고환일지'를 써오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고환일지란 매일 목욕 등 아이가 이완된 상태에서 고환이 만져지는지 여부를 기록하는 일종의 관찰 일지입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생후 2~3주경 남성 호르몬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있어 이 영향으로 생후 6개월까지 자연 하강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정상 출산 기준 남아의 약 2~3%에서 미하강고환이 관찰되지만, 생후 6개월 이후에도 내려오지 않은 경우는 자연 하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출처: 미국비뇨의학회(AUA) 가이드라인). 즉, 6개월이 지난 뒤에도 변화가 없다면 그 상태로 고정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6개월을 기다리며 고환일지를 쓰는 동안, 솔직히 불안감이 꽤 컸습니다. 기록을 해보면 있는 날도 있고 없는 날도 있어서 오히려 판단이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아내가 소아비뇨기과 전문의를 따로 찾아보기 시작했고, 제2의 의견을 구하러 직접 발걸음을 옮기게 됐습니다.
- 생후 6개월까지: 자연 하강 가능성을 지켜보는 시기
- 생후 6개월 이후에도 미하강 상태: 자연 하강 기대 어려움
- 권장 수술 시기: 교정 주수 기준 생후 6개월~1년 사이
- 초등학교 입학 이후까지 방치 시: 고환 조직 퇴화 위험
수술시기와 위험성, 부모가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
사실 저도 이 부분에서 가장 망설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아이를 어떻게 전신마취를 시키냐"는 생각이 자꾸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잠복고환을 방치했을 때 생기는 문제를 찾아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고환은 체온보다 약 2도 낮은 서늘한 환경에서 가장 정상적으로 기능합니다. 복강이나 서혜부처럼 따뜻한 곳에 장기간 머물면 고환 조직이 변성되기 시작하고, 정자 생성 기능과 남성 호르몬 분비 기능 모두 저하될 수 있습니다. 한쪽만 잠복고환인 경우에도 불임 발생률이 30% 이상이며, 양쪽 모두 잠복고환인 경우에는 50% 이상이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더불어 고환암 발생 위험도 정상 고환 대비 유의미하게 높아집니다.
전신마취에 대한 두려움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전신마취 관련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 살이 된 아이의 수술 위험성은 성인의 수술 위험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전문의에게 직접 들었을 때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수술은 고환고정술(orchiopexy)이라고 불리며, 고환을 정상 위치인 음낭 안으로 내려 고정하는 수술입니다. 고환이 복강 내에 있는지, 서혜부에 있는지에 따라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 중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소아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야 하는 이유
제가 직접 부딪혀보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이 분야가 생각보다 전문성의 격차가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소아비뇨기과를 100% 전담하는 전문의는 아홉 명 안팎에 불과하고, 소아비뇨 진료를 일부 병행하는 의사까지 포함해도 전국에 30명 남짓이라고 합니다.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닙니다.
처음 찾아간 대학병원의 신중한 접근 방식과, 이후 찾아간 소아비뇨기과 전문의의 적극적인 치료 권유 사이에서 저는 꽤 오래 혼란스러웠습니다. 두 입장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정말 수술이 필요한 잠복고환인지, 아니면 수술 없이 경과 관찰만 해도 되는 퇴축고환인지를 정확히 구별하는 일입니다. 이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필요 없는 수술을 받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꼭 필요한 수술을 너무 늦게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 없고, 동네 병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걱정할 것도 아닙니다. 소아비뇨기과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에게 적어도 한 번은 진료를 받아보는 것,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수술 당일 아이는 생각보다 잘 버텨줬습니다. 수액 주사를 꽂을 때도 거의 울지 않았고, 수술 후 5분 정도 보채다가 이내 잘 놀더군요. 수술 후 1주일이 지난 지금, 수술 부위도 잘 아물고 아이는 정말 멀쩡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잠복고환, 기다리면 저절로 내려오지 않나요?
A. 생후 6개월까지는 자연 하강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으면 자연 하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기다리면 내려온다"는 말이 사실이 되는 시간은 생후 6개월이 마지막입니다. 그 이후까지 미루다 보면 치료 적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Q. 잠복고환 수술은 어느 병원에서 받아야 하나요?
A. 소아비뇨기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100% 소아비뇨 전담 의사는 전국에 아홉 명 안팎이지만, 소아비뇨를 일부 담당하는 비뇨의학과 의사를 포함하면 30명 이상이 있습니다. 수술 자체보다 수술 전 정확한 진단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Q. 잠복고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한쪽만 잠복고환인 경우에도 불임 발생률이 30% 이상, 양쪽 모두인 경우에는 50% 이상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고환암 발생 위험도 정상 고환에 비해 높아집니다. 고환 조직의 변성이 시작되기 전에 정상 위치로 고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영유아검진에서 잠복고환을 꼭 발견할 수 있나요?
A.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생식기 검진은 필수 항목이 아닙니다. 담당 선생님이 관심을 갖고 살펴봐 주셔야 발견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검진에만 의존하기보다 부모가 목욕 시간 등을 활용해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확실한 조기 발견 방법입니다.
Q. 잠복고환 수술 후 회복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A. 제 아이의 경우, 수술 당일 샤워도 가능했고 수술 후 5분 정도 보채다가 금세 정상적으로 놀기 시작했습니다. 수술 후 1주일이 지나자 수술 부위도 잘 아물었습니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담당 의사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수술을 선택하고 나서야 오랫동안 짓눌려 있던 걱정이 비로소 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저는 "조기 수술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학병원의 신중한 관찰 권유도, 소아비뇨기과 전문의의 적극적인 치료 권유도 저마다의 의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제가 이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한 곳의 의견에만 기댔다가는 중요한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유아검진에서 잠복고환 의심 소견을 들었다면, 소아비뇨기과 전문의에게 적어도 한 번은 직접 찾아가 보시길 권합니다. 아이를 위해 발로 뛰고 치열하게 고민했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으로 충분히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